스토리1

길 위에서의 생각 外

지종화 2010. 5. 25. 10:10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위에 쓰러진다

 

산같이 물같이 살자
 
텅빈 마음엔 한계가 없다
참 성품은 텅빈곳에서 스스로 발현된다
산은 날보고 산같이 살라하고
물은 날보고 물같이 살라한다

빈몸으로 왔으니 빈마음으로 살라고 한다
집착, 욕심, 아집, 증오 따위를 버리고
빈그릇이 되어 살라고 한다
그러면 비었기에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고 한다

수행은 쉼이다
이것은 내가 했고 저것은 네가 안했고
이것은 좋고 저것은 나쁘다는 식으로
항상 마음이 바빠서는 도무지 자유를 맛볼 수 없다

내가 내마음을
"이것"에 붙들어 매어놓고
"저것"에 고리를 걸어놓고 있는데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항상 노예로 살 수 밖에 없다

수행은 비움이다
내가 한다 내가 준다 내가 갖는다
하는 생각 또는 잘 해야지 잘못 되면 어쩌나
하는 따위의 생각을 버리고
한마음이 되는 것이 수행이다.

- 법정 스님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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